인류의 역사를 24시간으로 압축하면 우리는 밤 11시 40분까지 수렵-채집인으로 살아왔습니다.
대부분의 시간을 사냥하고, 자연에서 채집하면서 살았던 것인데요.
그렇기 때문에 사실 우리의 뇌는 12000년 전의 원시인들의 뇌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산업화시대가 시작한 것은 11시 59분 40초구요.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디지털시대로 잡어든 것은 11시 59분 59초입니다.
생물학적 관점에서 12000년은 그야말로 찰나이기 때문에, 우리의 뇌와 원시인의 뇌는 구조적으로 같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과학자들은 이런 사실을 통해 뇌를 효율적으로 트레이닝 하는 방법을 밝혀냈습니다.
뇌를 가장 효율적으로 트레이닝하는 방법은 운동을 하는 것인데요.
왜 운동이 뇌에 좋은 영향을 주는지, 그리고 어떤 좋은 영향들을 주는지에 대해 연구에 기반해서 알려드리겠습니다.
뇌가 어른이 된 뒤에도 성장한다는 사실들이 다양한 연구를 통해 밝혀지고 있습니다.
흔히 뇌는 성인 초기쯤에 성장을 멈추고, 그 이후부터는 쇠퇴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사실 그렇지는 않구요.
뇌세포 사이의 연결은 계속 만들어지고, 바뀝니다.
2006년의 UCL의 연구에 따르면 런던의 택시 기사들은 일반인보다 해마의 크기가 7%정도 더 컸다고 합니다.
런던의 택시기사 면허시험은 지도없이 모든 길을 외워야 할 정도로 까다롭기로 유명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택시기사 일을 오래한 사람들이 공간기억을 담당하는 해마가 더욱 더 발달되는 것입니다.
우리가 무언가를 배울 때마다 무언가를 할 때마다 뇌는 조금씩 변형이 됩니다.
그렇다면 운동을 하게된다면, 구체적으로 우리 뇌는 어떻게 바뀔까요?
1. 무언가를 더 빨리 배울 수 있습니다.
뇌과학적 관점에서 무언가를 배운다는 것은 시냅스 간의 연결이 두터워지는 것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바이올린 연습을 계속하다 보면 바이올린 연주가 쉬워집니다.
연습을 통해 신경의 신호가 반복적으로 전달되다 보니 시냅스 간의 연결이 강화된 것입니다.
시냅스 간의 연결이 강화될수록 연주에 필요한 정신적 노력은 점점 줄어들고 결국에는 아무 생각 없이도 연주할 수 있게 됩니다.
근데 연주를 빠르게 습득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서로 다른 영역의 뇌세포들끼리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으면 좋습니다.
예를 들어서 서울에서 부산까지 택배를 보낸다고 할 때 빠르게 택배를 보내기 위해서는 도로들이 잘 정비되어 있어야겠죠.
2차선보다는 4차선이 좋을거고, 곡선보다는 직선으로 갈 때 더 빨리 택배가 갈 수 있을 것입니다.
운동은 이처럼 뇌의 서로 다른 부위를 연결시켜주는 역할, 즉 도로보수 공사를 계속하는 작업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실제로 연구에서도 운동을 하면 뇌의 여러부위들간의 연결이 강화된다고 보고하고 있습니다.
미국 콜로라도 주립대의 연구자들은 60대의 참가들을 두 집단으로 나눠서 첫번째 집단은 1년동안 1주일에 몇번씩 규칙적으로 걷기 운동을 했고, 2번째 집단은 심장박동수가 올라가지 않은 느슨한 활동만 시켰습니다.
그리고 이 실험을 시작하기 앞서 실험 참가자들의 뇌를 MRI로 검사한뒤 두 집단 모두 1년 뒤 다시 MRI로 뇌검사를 했습니다.
1년 동안 규칙적으로 걷기 운동을 한 집단은 몸이 더 건강해지고, 뇌가 효율적이게 됐습니다.
검사결과 뇌 부위 사이의 연결이 더 강화되었고 특히 측두엽, 전두엽, 후두엽간 연결이 강화됐습니다.
뇌의 서로 다른 영역들이 쉽게 연결된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무언가를 배울 때 더 빠르게 배울 수 있도록
뇌 사이를 연결하는 도로가 개통된걸로 볼 수 있습니다.
2. 스트레스를 이겨낼 수 있는 강한 뇌가 됩니다.
뇌의 시상하부라는 기관이 있는데 이 시상하부는 우리를 공격하는 외부위협이 있으면 반응하는 것으로 뇌하수체로 신호를 보내는 역할을 합니다.
그러면 뇌하수체는 이 신호에 반응을 해서 혈류로 호르몬을 내보내고 이 것이 부신에 도달합니다.
부신은 다시 반응해 스트레스 호로몬인 코르티졸을 분비합니다.
코르티졸은 심장을 더 빨리 뛰게 만들어서 긴장감을 돌게 합니다.
그리고 이 모든과정이 일어나는데 1초밖에 걸리지 않습니다.
몸에서 일어난 이 현상들은 수백만년의 진화기간 내내 보존된 강력한 메커니즘입니다.
Fight or Flight 투쟁-도피 반응이라고 하는데 과거 인간이 자연에서 맹수를 만났을 때 생존을 위해서, 지금 맹수와 싸울지 도망갈지 결정하고 준비하기 위해 형성된 생존기제입니다.
싸우거나 도망가려면 근육에 더 많은 피를 공급해야하기 때문에 심장이 더 격하고 빠르게 뛰는 것인데요.
코르티졸의 순기능적인 면도 있을 수 있겠지만 오랫동안 지속되는 경우에는 정신건강에 해로울 수 있습니다.
해마의 뇌세포가 코르티졸에 너무 오래 노출되면 죽기 때문입니다.
해마는 장기기억과 상관이 있어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으면 기억력이 나빠지는 이유도 이와 같습니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운동을 하는 동안에는 코르티졸 수치가 올라갑니다.
움직이는 것이 몸에게는 스트레스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규칙적으로 달리기를 하거나 운동을 하면, 코르티졸 수치 상승 폭은 점점 줄어들고, 운동을 마무리한 뒤의 하락 폭은 더 커집니다.
강렬한 운동을 하는 기간에는 스트레스에 덜 민감해집니다.
신체활동을 통해 코르티졸의 몸의 내성이 강화되었기 때문입니다.
3. 불안을 이겨내는 강심장의 뇌를 갖게 됩니다.
주변 사람들을 생각해보면, 어떤 사람은 쉽게 감정에 압도당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감정에 쉽게 압도당하지 않습니다.
둘 간의 차이를 단순하게만 설명하자면, 정서를 담당하는 편도체와 이성을 담당하는 전두엽 사이에 균형의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불안을 더 잘 느끼는 이유는 편도체가 계속 두려움의 신호를 보내는데, 전두엽이 이를 제어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전두엽의 활성 수준이 높아지면 우리는 더 차분해지고, 스트레스도 줄어듭니다.
그리고 편도체가 유발하는 불안도 더 쉽게 견딜 수 있습니다.
스트레스를 극복하고 싶을 때는 뇌에서 생각을 담당하는 부분의 전두엽의 강화가 필요합니다.
지속적인 운동 및 신체활동은 전두엽도 강화해줘서 불안으로부터 강인한 뇌를 만들어줍니다.
한편으로 불안의 느낌을 지워주는 또 다른 물질이 있습니다.
감마아미노뷰티르산이라고 불리는 물질인데요.
즉 가바라고도 잘 알려진 물질인데 뇌를 차분하게 가라앉히는 역할을 해서 뇌세포가 자신의 흥분활동을 억제할수록 돕는 아미노산입니다.
가바가 활성화되면 알코올과 불안완화제를 먹는 것과 아주 비슷한 효과를 보입니다.
알콜, 불안완화제 모두 가바를 활성화 시키기 때문입니다.
일단 뇌의 활동이 차분히 가라앉으면 스트레스의 느낌도 함께 사라집니다.
따라서 가바가 활성화되면 술을 마시거나 불안완화제를 복용한 것처럼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불안감이 해소됩니다.
가바는 몸의 움직임, 즉 운동을 통해서도 활성화됩니다.
걷기 운동으로도 어느 정도 효과는 볼 수 있지만 달리기나 자전거 타기처럼 어느정도 강도 있는 유산소를 할 때 대뇌겉질 아래 자리 잡은 뇌 영역에서 가바 활성 수준이 올라갑니다.
술을 마시거나 불안완화제를 먹을 때, 불안도가 내려가듯이, 운동을 해도 일상의 불안도가 내려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4. 스스로 항우울제를 내뿜은 뇌가 됩니다.
미국의 심리학자인 제임스 블루멘션은 우울증에 시달리는 사람 156명을 모아서 무작위로 3집단으로 나뉘었습니다.
그리고 한집단은 가장 널리 처방되는 항우울제 졸로푸트를 주고 또 다른 집단은 일주일에 3번씩 30분정도 운동, 마지막 집단은 항우울제와 운동을 병행했습니다.
4달 후의 결과를 확인해보니 참가자 대부분은 이제 우울증이 없다고 여길 정도로 기분이 훨씬 좋아졌습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결과는 운동 집단도 졸로푸트 집단 만큼 많은 참가자들의 상태가 호전되었다는 점입니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규칙적인 신체활동도 우울증 치료에 약만큼이나 효과적이라고 밝혀졌다는 것입니다.
그는 운동의 긍정적인 효과가 4달보다 더 오래 지속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실험참가자들을 조금 더 추적 관찰했습니다.
6개월 후에 3집단중에 어느쪽이 결과가 가장 좋았을까요?
운동을 한 사람들은 6개월 동안 우울증이 재발한 경우가 8% 정도로 제일 적었습니다.
반면 약물치료를 선택한 집단에서는 재발 비율이 38%로 나왔습니다.
따라서 운동의 우울증 치료효과는 약물치료와 동일했을 뿐만 아니라 약물보다 보호 효과가 더 강력했습니다.
심지어 우울증으로 진단받을 만큼 심각한 상황이 아니라 그냥 의기소침한 사람에게도 효과가 있었습니다.
우울증 정도에 상관없이 부정적 생각이 멀리 사라지고 자존감이 높아지기 때문에 누구나 운동으로 기분이 좋아질 수 있습니다.
세로토닌, 노르아드레날린, 도파민은 뇌세포 사이에서 신호를 전달하는 물질입니다.
신경전달물질이라고 하며 이것들은 우리의 감정에 엄청난 영향을 미칩니다.
이 세 신경전달물질이 모두 결여 되면 우울증이 올 가능성이 큽니다. 세상에서 가장 널리 처방되는 항우울제 유형인 ssri는 세로토닌의 농도를 높입니다.
세로토닌은 억제 효과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이 뇌의 활성 수준을 조절합니다.
과활성화된 뇌세포를 차분하게 가라앉히고 뇌 전체에 활성 수준을 억제해서 걱정과 불안을 물러나게 합니다.
세로토닌은 마음을 차분하고 조화롭게 만들고 그쪽으로 강인 해진 기분을 느끼게 해줍니다.
세로토닌이 부족해지면 조바심과 불안을 느끼게 됩니다.
노르아드레날린은 기민성, 주의력, 집중력이 영향을 미칩니다.
노르아드레날린 수치가 낮아지면 피곤하고 의기 소침해 지며 너무 높아지게 된다면 흥분하고 활동 과잉 상태가 되어 가만히 앉아 있기가 힘들어 집니다.
도파민은 뇌의 보상 체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동기부여와 욕구에 영향을 미칩니다.
맛있는 음식, 사회적 상호작용, 성행위 등은 도파민 수치를 높이고 이것이 다시 영향을 미쳐 그런 행동을 더욱 더 추구하게 만듭니다.
우울증에 빠지면 뇌에서 몇 가지 일이 일어납니다.
우선 도파민 , 세로토닌, 노르아드레날린 수치가 모두 떨어집니다.
정확히 어떤 호르몬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는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우울증은 자꾸만 안으로 틀어박히고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고 예전에 좋아하던 활동에도 참여하지 않는 사람에게서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혼자 있다보니 뇌가 자극을 받지 못해서 기능이 나빠지고 기능이 나빠지다보니 사람을 만나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회피) 신체 활동 참여는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한 방법입니다.
밖으로 나가서 사람을 만나고 혼자 있는 시간을 줄이면 그와 함께 뇌세포도 고립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됩니다.
5. 기억력이 더 좋은 뇌가 될 수 있습니다.
미국의 과학자들은 MRI 스캔을 이용해서 120명의 뇌를 검사하고, 1년의 시차를 두고 두 번에 걸쳐 해마를 측정했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실험 참가자들을 무작위로 두 집단으로 나눠서 서로 다른 활동을 참여하게 했습니다.
한 집단은 지구력 운동을 했고 다른 집단은 심장박동수를 높이지 않는 스트레칭 같은 가벼운 활동을 했습니다.
1년이 지나자 지구력 운동을 했던 집단의 참가자들은 그보다 가벼운 활동에 참여했던 집단의 참가자들 보다 몸이 더 튼튼해졌습니다.
여기까지는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해마에는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요?
가벼운 활동을 한 참가자들의 해마는 1.4% 줄어들었습니다.
반면 지구력 훈련을 한 사람들은 오히려 해마의 크기가 성장해서 2%가 커졌습니다.
참고로 해마는 인간의 장기기억을 관장하는 부위 중에 하나입니다.
지금까지 말씀드렸듯이 신체활동은 우리의 뇌를 더 고급지게 리모델링 합니다.
신체활동을 더 활발히 함으로써 우리 뇌가 대처하고 진화해 온 삶으로 한 걸음 나아갈 수 있습니다.
현재 우리는 불과 몇 세대 만에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환경에 살게 되었습니다.
그런 반면 우리는 우울증, 불안, 스트레스, 집중력 장애, 에 빠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 이유는 뇌과학적 으로 단순합니다.
우리 뇌가 현재 생활 방식에 맞게 진화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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